보기 드물게 훌륭한 숙병을 소개합니다.

2003년에 육대차산차창에서 대만에 수출하기 위해 특별한 외포장 없이 면지로 포장한 숙병입니다. 반장차를 원료로 썼다고 해서 반장숙병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반장차를 소량이라도 원료로 썼다면 대단한 일이겠지만 누가 증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아무도 증명해내라고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부르는 거지요. 차품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이 차를 만들던 03년 즈음에는 대만으로 수출하는 보이차는 이런 식으로 상표 없이 제작해야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데, 양안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한 법적 문제가 있었다는 거지요. 상표 없이 백판 포장이거나 무지 포장으로 제작해서 대만으로 수출했다는 보이차는 예전에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차는 육대차산 제품을 오래 다뤄온 사람들은 다 아는 차라고 하는데, 저는 시음할 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단 소량이라도 질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내비로 커피색 띠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이런 끈을 중국어로 사대絲帶라고 합니다. 금색이면 금사대, 은색이면 은사대가 되는 거죠.

9.8g을 우려봅니다.

9시방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우선 완전건창으로 잘 보관되어 잡미 잡향이 없습니다. 숙향과 숙미도 매우 적습니다. 탕색이 잘 우러납니다. 진하고 맑아서 매혹적입니다. 차탕은 첫포부터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숙병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높은 첨도가 이 차에 있는데, 거기에 더해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단맛이 아닌, 거기에 감칠맛을 더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차가 정말 좋은 숙차입니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한끗 더 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차입니다. 아마 비슷한 진기의 숙병 중에 이보다 좋은 차를 찾는 것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일일 겁니다. 예를 들어 이 차와 03년 7572를 비교해본다면 저같으면 단연코 이 차에 손을 들겠습니다. 고급진 숙차의 맛을 추구하는 분이라면 이 차를 소장하시면 좋습니다.



엽저는 좀 두서가 없군요. 그래도 정상 범위에 있는 엽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