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10년 넘게 저장하던 차를 꺼냈습니다. 시음해보니 맛이 더 진해지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일반 숙차에는 없는 특유의 구수한 맛이 특징이었는데, 그 특징이 더욱 진해졌습니다.
일부러 진하게 여러차례 우려봤습니다. 최대한 진하게 우려냈는데도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목젖을 적십니다.
아래는 12년 전에 썼던 시음기입니다. 보이차 초보자들을 위해 특별히 용어 해설을 많이 써서 작성한 시음기입니다.
| 2005년 중차공사에서 처음 제작된 궁정공병은 중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숙병입니다.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훌륭한 제품으로 한자로는 宮廷貢餠이라고 씁니다. 여기서 궁정이란 황제가 사는 황궁을 뜻하고 공병은 황실에 공납하는 빈대떡처럼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보이차를 말합니다. 현대의 보이차에서 궁정이라고 하면 아주 어린 잎으로 만든 보이차를 말하는데 그 이유는 옛날 청나라 시대에 운남에서 황실에 공납하던 차 중에 바로 이런 어린 잎으로 만든 고급 보이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찻잎의 어린 정도를 말할 때 궁정급이라고 하면 가장 어린 고급 차청(차의 원료)을 말합니다. 오래전부터 판매했던 05년 제품이 완판되었는데, 더 구하려고 해도 그 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대량으로 구할 수도 없어서 07년 제품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진기 2년이라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차품에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05년 제품의 대체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차입니다.  외포장은 05년 제품과 차이가 없습니다. 가운데 홍색 中자 여덟 개가 빙 둘러 있고 가운데 녹색으로 茶 자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 상표가 바로 중차패이며 팔중차라고도 합니다. 1938년 이래로 지금까지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차 상표로서 지금도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중차패 로고 바로 위에 파란 색으로 궁정공병이라는 도장을 찍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찍은 것인데 이런 것을 수공개인手工蓋印이라고 말합니다.  병면(병차의 표면)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아주 어린 잎으로만 압병(수증기로 쬔 후 압력을 가해 병차를 찍어내는 것)했기 때문에 거칠고 늙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잎은 개중에 더욱 어린 잎으로서 잎 표면에 백호(가는 솜털)이 많기 때문에 저렇게 빛을 발합니다. 검게 보이는 것은 그보다 조금 큰 잎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차에는 이렇게 내비가 있습니다. 모차(압병하기 전의 산차)에 증기를 쬐면 찻잎 표면에 팩틴질이라는 물질이 형성되어 끈기가 생깁니다. 그때 압력을 주어 일정한 모양으로 찍어냅니다. 이때 사진 속의 내비를 한 장 넣어서 찻잎 속에 살짝 묻히게 하면 바로 사진 속의 병차처럼 내비가 차에 붙어 있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생산된 차가 어느 차창에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실제로 내비는 차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떼어내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나중에 위조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보이차의 연대구분에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내비에 쓰여 있는 내용을 번역해보겠습니다. 보이차전창은 운남 의량에 있으며, 운남 교목대엽종의 튼실한 어린 잎만을 정선하여 정성스레 가공 유념하여 만들었다. 다년간 저장되고 시중에 유통되는 사이에 혹 이 차를 모방한 가짜가 출현할까 염려되어 특별히 이 내비를 차 속에 넣어 표기를 삼는다. 전창 담당 차사부 문상 삼가 아룀. 번역을 하고 보니 초보자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 있어서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보이차전창은 중차공사 소유의 두 군데 차창 중 하나인 의량에 있는 차창을 말합니다. 운남에서 보이차의 원료로 쓰이는 차는 대개 교목대엽종입니다. 유념은 찻물이 잘 우러나올 수 있도록 찻잎을 짓이기는 제조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문상은 인명으로서 중차공사의 발효사 중에 가장 이름이 높은 보이차 악퇴발효의 명인 백문상 선생입니다. 그러므로 이 차는 백문상 선생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9시방향으로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제 1포부터 9포까지의 탕색입니다. 탕색이 매우 균일한 편입니다. 05년 차와 비교하면 그리 큰 차이가 나진 않지만 그래도 진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주 약간 덜 부드러운 느낌이 납니다. 보이차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라면 두 차의 차이를 감지해낼 수 있겠지만 일반 소비자라면 큰 차이를 못 느낄 것 같습니다. 보이차는 여러차례 우려먹는 공부차에 속하는 차이기 때문에 매 포마다 탕색이 균일하고 찻물이 금방 빠지지 않는 내포성이 있어야 합니다. 궁정공병은 내포성에 있어서 훌륭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보이차는 보관기간이 오랠수록 내포성이 강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내포성이 강해질 것입니다. 이 차는 또한 찻물 맛이 부드럽고 목넘김에 걸리는 게 없습니다. 저급 숙차는 마실 때 신맛이 나거나 나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많은 초보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보이차에는 지푸라기 냄새가 난다거나 악취가 난다거나 하는 것인데, 좋은 차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 나쁜 냄새가 나는 차는 마시면 안 됩니다.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었거나 보관이 잘못된 차에서 그런 좋지 않은 맛과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이 차는 숙차이기 때문에 악퇴발효를 거쳤습니다. 악퇴발효라는 것은 생차 모차(원료)를 대량으로 쌓아놓고 물을 뿌려 인공으로 쾌속발효를 시키는 것입니다. 대략 60일 정도의 기간 동안 과학적인 관리를 통해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당하게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이게 아주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생차가 숙차만큼 발효도가 올라가려면 장구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73년에 이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74년에 개발에 성공, 75년부터 양산체체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악퇴발효를 담당하는 사람을 발효사라고 부르는데 이 차를 만든 백문상 선생은 이 방면에서 아주 유명한 고수 중의 고수라고 하겠습니다. 숙차는 악퇴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숙향과 숙미가 없을 수 없습니다. 갓 만들어져 시중에 나온 숙차는 숙향과 숙미가 강해서 음용에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숙미, 숙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지고 그에 따라 찻물 맛도 부드럽고 순해집니다. 정상적인 숙차라면 3년 이상 지났을 때 비로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정도에 다다르게 됩니다. 지금 소개하는 궁정공병은 2007년에 제작된 차이기 때문에 진기 5년 된 숙차입니다. 지금 당장 마시기에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이 정도 진기의 숙차에 흔히 존재하는 숙미, 숙향이 매우 적고, 압병 후에 건조할 때 목탄을 땐 열로 건조해서 특유의 목탄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보기드문 좋은 차라고 하겠습니다.     차를 우리고 남은 찌꺼기를 엽저라고 합니다. 비교적 밝은 색의 엽저는 병면에서 보았던 백호가 많은 어린 잎입니다. 비교적 짙은 색의 엽저는 백호가 상대적으로 적은 잎입니다. 사진으로 보듯 아주 어린 잎만 있고 늙고 거친 잎은 전혀 없습니다. 보이차를 마시고 난 후에 엽저를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숙차를 마시고 나서 엽저를 손으로 만져보면 그 차의 좋고 나쁨을 대개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딱딱하고 시커멓게 목질화된 엽저가 많다면 그 차는 발효과정에서 관리를 잘못하여 과발효가 되었거나 보관과정에서 급격하게 습기를 많이 먹어서 차성을 잃어버린 경우일 수 있습니다. 그런 차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차를 악퇴발효시킬 때에는 최소 10톤 이상의 양으로 진행하는데, 발효가 끝난 뒤 선별기로 등급을 분류해보면 이렇게 궁정급의 고급 원료는 10분의 1도 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어린 잎과 거친 잎의 비율을 맞춰 압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궁정공병은 처음부터 고급차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어린 차청만을 골라서 차를 만들었으니 그 가치가 일반 차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