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같은 차를 두 번 이상 찍어내는 일은 매우 드문데, 이번에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번에 같은 이름으로 제작한 차가 원가가 비싸서 많이 제작하지 못했는데 차품도 대박이지만 워낙 소량이라 금새 품절되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에 마침 당시 제작하고 남은 동일한 원료가 있어서 제 2비차로 재생산했습니다.

인쇄상태가 그리 깔끔하지 못합니다. 이번 포장지는 맹해에서 인쇄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맹해는 시골이니 이런 쪽으로는 수준이 좀 떨어집니다. 하여간 차품은 엄청 훌륭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숙차는 제작된 적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포랑산 노만아채의 고수차를 발효시켜 만든 정급頂級 숙차입니다. 노만아 고수차를 생차로 만들어도 엄청 훌륭한 건데, 그걸 발효시켜 숙차로 만들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지요.

노화순청은 화로의 불빛이 순수한 푸른빛이 될 정도로 화력이 높고 불기운이 순수하다는 뜻으로, 도가에서 금단 제련이 성공했음을 뜻합니다. 학문이나 기술, 혹은 어떤 일을 할 때 완전히 숙련되어 완벽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노화순청이라고 표현합니다. 바로 이 차처럼 숙차를 제조함에 있어 최고의 원료를 사용하여 최고의 제조기술로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냈다면 감히 노화순청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마침 삼일운동이 일어나고, 그 기운을 받아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운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매 편마다 이렇게 속지가 있습니다.

속지를 열면 이렇게 아리따운 자태가 드러납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병면이라고 하겠습니다.

9.8g을 우려봅니다.

9시방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첫포에서부터 약간의 기분 좋은 쓴맛을 느끼는가 싶더니 곧바로 엄청 빠른 회감과 높은 첨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찻물에서 느껴지는 힘이 강렬하고 당연하게도 차기는 엄청 좋습니다. 매우 진하고 부드러운데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회감이 있어서 뭔가 강인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환상적인 숙차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게다가 숙향과 숙미가 매우 적습니다. 만약 이 차로 블라인드테스트를 해서 대략 몇 년 정도의 진기인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적어도 5년 이상 진기의 숙차라고 말할 겁니다. 이런 차가 올해 갓 만들어낸 차라고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 지 모르겠군요. 4포까지 내내 진하게 우리다가 5포에서 살짝 짧게 우려봤는데 여전히 바디감이 충만합니다. 우리가 숙차에게 바랄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갖춘 차라고 하겠습니다. 7, 8포에서 탕색은 연해졌으나 맛과 향은 여전히 유지됩니다. 전반적으로 고저에 속하며 뒤로 가도 점성도와 첨도가 유지됩니다. 미증유의 고품격 숙차로서 차왕급 포스를 보여준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두툼하고 탄력있는 엽저입니다. 만져보면 부들부들합니다.